집에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모으고 있는 나는 짐짓 이 책들을 거의 다 읽었지만, 2000년대 이후의 것에는 거의 읽지를 못하였다. 그리고 심심한 단편을 찾다 눈에 들어온 것이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집. 그냥 문득 박민규의 글이 보고싶었다. 문득. 아무런 생각도 없이.
대한민국의 20대는 70년대에는 독재와 싸우고, 80년대에는 군부정권과 투쟁하였다. 90년대이후의 20대들은 딱히 어떠한 뚜렷한 목적없이 나름의 착각 속에서 그저 아둥바둥 살아간다. 그냥 아둥바둥. 어쩌다보니 살게된다. 박민규는 특유의 풍자의 시각으로 90년대 초 우리가 현재에는 이미 기억 속에 파묻힌 잊고 살았던 한국 사회의 모든 병폐를 고시원 속에서 발견함을 그려낸다. 예컨대 고시에 내리 떨어지다가가 끝내 좌절하게되는 법대 출신 고시 지망생, 잡초처럼 살아가는 유흥업소 아가씨들, 그리고 그들에게 방을 빌려주어 생계를 꾸리는 주인아줌마 등. 또한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김승옥의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의 그 주인공들과 유사한 모습이다. 이 소설에서 그들의 모습이 60년대의 군상을 나타낸다면 박민규는 90년대의 군상을 표현한 것이다.
어찌 되었건 대한민국의 고시원은 제 기능을 잃은지 오래이다. 그곳은 이미 빈곤층들의, 떠돌이들의 안식처가 된지 오래이다. 지금 우리내 청춘들의 모습도 90년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그저 아둥바둥 어쩌다보니 살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이리도 만든 것이냐. 비록 과거에 비해 열망의 크기는 적을지언정 민주화와 자유로의 열정은 아닐지언정 또다른 모습의 열정과 열망을 우리 함께 품어보자. 목적없는 아둥바둥 보다는 목적있는 아둥바둥 이냥저냥이 차라리 더 가치있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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