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19

7월 19일

1976년_짙은 자주빛, 그 빛을 다하다

딥 퍼플
「Deep Purple In Rock」
  1976년 7월 19일 하드록의 전설 딥 퍼플(Deep Purple)이 해체를 공식 발표했다. 1968년 데뷔한 이래 「Deep Purple In Rock」, 「Fireball」, 「Machine Head」 등 하드록의 역사에 빛나는 명반들을 줄줄이 선보이며 최강의 그룹으로 군림했던 딥퍼플의 고고한 짙은 자주빛이 그 빛을 다한 것이다.
  딥 퍼플의 역사는 사실상 하드록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딥 퍼플은 키보디스트 존 로드(Jon Lord)가 그룹내 음악적 주도권을 쥐고 있던 초창기에는 프로그레시브 록의 경향을 보이기도 했지만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리치 블랙모어(Ritchie Blackmore)가 주도권을 잡은 이후로는 분명한 하드 록의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하드 록을 대표하는 명곡인 <Smoke on the water>, <Highway star>, <Child in time>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레드 제플린에 필적하는 하드 록의 최고봉으로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그런가 하면 딥 퍼플의 역사는 멤버들의 이합집산의 역사다. 그만큼 멤버의 변화와 부침이 심했다는 얘기다. 보컬리스트의 변화에 따라 로드 에반스(Rod Evans)가 재적했던 1기와 이언 길런(Ian Gillan)이 재적했던 2기, 그리고 데이비드 커버데일(David Coverdale)이 재적했던 3기로 크게 구분되는 딥 퍼플의 역사 속에서 그밖에도 이언 페이스(Ian Paice), 닉 심퍼(Nick Simper), 글렌 휴즈(Glenn Hughes), 그리고 해산 전 딥 퍼플의 마지막 기타리스트로 딥 퍼플 해산 직후 젊은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천재 기타리스트 토미 볼린(Tommy Bolin)에 이르기까지 딥 퍼플의 역사를 수놓았던 얼굴들의 면면은 하나하나가 모두 당대 최강의 테크니션들이며 하드 록의 역사를 빛낸 찬란한 별들이다.
  하드 록 역사의 계보를 그려보아도 딥 퍼플이 없이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 딥 퍼플을 거쳐간 이들에 의해 생성되고 소멸했던 그룹들을 빼놓고는 도무지 얘기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리치 블랙모어가 딥 퍼플 탈퇴 후 이끌었던 레인보우(Rainbow)와 데이비드 커버데일이 주도했던 화이트 스네이크(White Snake)는 명백히 딥 퍼플의 계보를 잇는 이란성 쌍둥이와도 같은 그룹이다.
  1976년 7월 19일, 화려했던 전성기를 마감하고 일단 날개를 접은 딥 퍼플은 8년이 지난 1984년 그룹의 최전성기로 평가받는 2기 멤버들을 규합해 다시 필드로 돌아왔지만 전성기를 재현할 수는 없었다. 이미 시간은 흘렀고 딥 퍼플도 예전의 딥 퍼플은 아니었다.

[365일 팝음악사], 돋을새김, 정일서 지음]


형님들의 전성기는 이미 지나갔지만, 나의 전성기는 이제 시작이오. 이언 길런 형님의 목소리로 듣던 <highway star>가 아직도 귓속에서 맴맴돌고, 직진하듯 뭔가 쭉쭉 나아가는 멋진 사람이 되겠수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