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18

『페북허세3』

구질구질 추적추적 내리는 이 비는 과연 시시하지도 콜콜하지도 않은 이 세상사에 어떠한 회한이라도 있는 듯 우리에게 다가오는가. 살며시 조용히 왔다가지는 못할망정 베프인 바람을 데리고와 봄기운에 기대에 찬 사람들의 윤기있는 얼굴과 옷차림을 망쳐놓는건가... 그것은 왜 우리에게 손에는 당연히 있어야할 스마트폰 대신 우산을 들게끔 강요하는가. 이 비바람마저 영악해진 인간의 장난감인 스마트폰 너를 부러워하여 혼내주려고 다가오는 것인가. 아날로그 아날로그 아날로그 이 4글자를 오늘은 생각해 본다.

                                                                      - 박정우,『페북허세3』 

2013-05-01

『페북허세2』

밥집같지도 않은 밥집에 들어가 그곳의 김치를 먹어 밥집의 실력을 
평가하라는 말도 무색하게 뜨거운 가슴과 정열로 뒤덮은채 우리의
20살은 그곳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났었다. 짬뽕국물 하나에 소주를 무지막지하게
먹으며 이건 삶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체크카드에 돈이 없어서
계산조차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사이다 한 병을 이모는 건냈었지.
사이다의 탄산이 내 몸의 피와 조화를 이뤘을 때 이윽고 우리는 그곳에서
당당히 걸어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로 25살이 되어 패기와 열정은
정확히 반 오십의 서글픔을 대변하듯 상당히 줄어있었다.  그리고 간만에 아주 간만에
그곳에 갔다. 이모들은 여전히 우리를 기억하고 수없이 남은 탕수육을 건내주며 많이 컸구나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변하지 않을 것만이라고 생각하는 그곳에서
유일하게 다만.... 그곳이...변한건......
더 이상 담배를 물며 수없는 예술가들의 모방을 할 수 없었음을 나는 너희와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야탑뿅전

                                                                      - 박정우,『페북허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