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가 있으니 다소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올 여름 나의 발걸음과는 무관할 것으로 생각되던 극장가. 그러나 방학도 했고, 7월 달에 목표한 것은 다 이루었으니, 스스로에게 선물을 하나 해줄 터. 간만에 극장을 방문했다. 꽤나 좋더군. 오랜만에 가니. 극장에 다녀온 친구들이 '혹성탈출 이번에 나온게 대박이다.', 혹은 '별로다.'라는 반응을 뒤로한 채, 우선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오리지날의 간지가 있으니까. 비록 리메이크작 1편을 보지 못하였지만 말이다.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시저(앤디 서키즈 분)의 눈동자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여러가지의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그것은 휴머니즘, 평화, 인간의 무한한 욕심과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력, 야생에 대한 두려움 등. 크게 유인원들에 대한 생각, 인간에 대한 생각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 두 영역들을 함께 고찰한 생각들을 나열할 것이다.
유인원들은 이미 자신들의 세계를 만들고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는 사회적 룰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들의 리더는 시저. 야생의 왕국에서 그렇듯 힘이 가장 센 자의 말을 듣는 것이 이 곳의 법칙이다. 모든 유인원들은 시저의 말에 순응하며 지낸다. 어떠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데올로기가 반드시 필요한데 그것의 기초는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라는 그들만의 위대한 명분이다. 그리고 그것에 맞게 시저는 그들의 무리를 효과적으로 잘 운영한다. 그러나 사회에는 항상 반동분자가 존재하기 마련. 이는 코바(토비 켑벨 분)로 나타나진다. 시저는 인간에 대한 애정, 즉 휴머니즘의 감정과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명분을 적절히 내세우고 인간과 유인원들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사나이지만, 코바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은 철저한 인간들에 대한 증오심이다. 결국 코바는 리더인 시저를 총으로 저격하고, 인간들이 시저를 죽였다는 새로운 명분을 내세운다(그들의 세계에서 리더가 사살당했다는 새로운 명분만큼 사회적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니까). 그리고 코바를 중심으로 하여 인간들의 세계를 정복하러 나선다. 결국 이 유인원 내부에서도 현재의 인간들이 갖고 있는 감정들을 그대로 나타난다. 오히려 그들은 페르소나를 모두 벗어던진 채 야생 본연의 감정을 서슴없이 나타낸다. 그것은 가장 진솔한 감정의 표출이다. 또한 어떠한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한 명분이 필요하며 그 명분을 위해서는 희생양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보여준다(시저는 코바를 반동분자로 인식하면서도 다른 유인원들, 즉 대중의 앞에서 그를 직접적으로 죽이지 않지만, 코바는 새로운 명분을 위해서 시저를 총으로 쏘고 그것으로 인해 대중들의 동요를 이끌어낸다).
바이러스 후 10년, 소수의 인간들만이 살아가는 인간의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이 삶을 영원히 영위하기는 너무나 어려운터. 전기공급이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들에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유인원 도시에 있는 댐(인간 욕망의 물체)을 가동시키는 것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유인원의 도시로 접근한다. 자신들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 그리고 가장 강인한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는 사나이 말콤(제이슨 클락 분)은 그들의 리더 시저와의 협상을 하기 위해 유인원의 도시로 들어간다. 그리고 말콤은 시저와의 협상을 통해 유인원의 영역에서 댐을 가동시키기 위해 며칠간 머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결국 댐을 가동시키는데 성공한다. 인간의 강인한 자의지가 인간의 역사에 있어서 뛰어난 진보를 이룩한 것은 사실이지만, 인간들은 퇴보를 하는 방법을 절대적으로 잊어버렸다. 즉, 그들이 필요에 의해서, 좋은 사회를 영위하기 위해서 신진 문물들을 발달시켰지만, 이제는 그것이 없으면 절대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결국 그 이전의 단계 즉, 전기가 없어도 영위할 수 있는 생활의 방식은 그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진지 오래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유인원들의 모습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과 그 구성원들의 모습을 그대로 대변한다. 이데올로기의 적합성과 그것을 유지시키기 위한 명분, 또한 휴머니즘의 실현과 평화에 대한 열망. 이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유인원들의 모습이 오히려 현존하는 인간들의 모습보다 더욱 솔직하게 표현되었다. 인간의 모습과 야생의 모습을 적절하게 잘 믹스시켜놓은 듯하다. 또한 인간에게 있어서 지나친 기술 진보는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킴을 우리에게 각성시킨다. 이는 추후 인간의 의지로 인해 발달한 기술들로 인하여 인간 스스로가 자멸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메시지들은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에 머물고 있으며, 인간의 잣대로 모든 것을 평가한 것이다. 분명히 이 시리즈 마지막 편에는 분명히 인간이 승리할 것이다. 무엇보다 인간의 의지와 무한한 가능성을, 자멸하는 인간이 아닌 절대적인 인간을 형상화하는 것이 미국발 상업영화의 최종 목적일테니까.
- 개인적인 서사력 자체가 전체적으로 기술력이 뛰어난 CG에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것은 단순함의 문제가 아니라 뻔함의 문제이며, 서사력 자체가 좀 더 악질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남아있다.
- 오리지날 자체가 5편까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2011년부터 리메이크된 이 작품 또한 5편까지 나올 것을 예상되는바. 스타워즈 시리즈에 이은 새로운 SF 리메이크 작에 대한 기대감을 조금이나마 갖고있다.